도토리철학관의 도토리입니다.
제가 이사를 앞두고 있어서 요즘 블로그에 너무 소홀히 했었네요.
오늘은 버릴 것이냐 남겨둘 것이냐의 아주 어려운 고민으로 힘들었어요.
저희집은 이사를 자주다니지 않은 집이라 묵힌 짐도 많고 또 정리를 한다고 해도 추억이 있어서, 너무 멀쩡해보여서, 언젠가는 사용할 거 같아서.... 기타 등등의 이유로 버리지 못하고 다시 서랍속에 숨겨두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막상 정리를 했다고 해도 보면 버려지는게 없더라구요.
눈에만 안보이면 다 정리된 걸로 하고 맘이 편안해지는 거죠.
그런데 이사를 해야해서 그동안 쓰던 가구도 다 버리고 갈 예정이라 진짜 왠만한건 다 버리고 가려다 보니 예전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기기가 불가능해진 것이죠.
하루 날잡아서 하기에는 양이 너무 많고 힘들거 같아서 하루하루 매일매일 조금씩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버라냐 안버리냐 이 문제죠. 물건 입장에서는 버려지느냐 살아남느냐의 문제라 제입장보다 더 비장했을것 같습니다.
이렇게 정리를 할때마다 살아남았던 물건들이 있었는데요.
너무 깨끗해서 버리지도 못하고 이제는 이 물건들은 사용할일 없죠.
버리려고 내놓으니 아빠가 표정이 바뀌시면서 한마디 하시네요.
"돈주고 다 사서 몇번 쓰지도 않고 다 버리네. 뭐하려고 사..."
근데 이 물건들 전부 제 돈 주고 산건데...ㅋ
그리고 물건들 상태가 워낙 좋아서 아빠가 보시기에는 새물건 같겠지만 사실 너무 오래된 물건들이죠.
저는 이유는 모르겠는데 제 손에 들어오면 다 너무 깨끗합니다.
그래서 버리지를 못해요. 고장도 잘 안나고요.
정작 중고등학교때는 워크맨을 사용했었는데요. 대학교때 기숙사 생활을 할때 우리방에 도둑이 들었었어요. 그때 그 도둑이 제 워크맨을 가져가고 어떤 aiwa 제품(사진속 제품 아님)을 놓고 갔어요.
근데 저는 그제 제 옆책상을 쓰던 학생껀줄 알고 그아이 책상으로 밀어놨는데 다음날 aiwa 제품이 제 책상에 있는거예요. 그래서 저는 또 밀어놓고 ㅋㅋㅋ
초딩도 아니고 책상 선을 두고 서로 밀어놓기를 일주일 이상하고 어느날 그 후배에게 "왜 이거 안챙겨?" 라고 밀면서 물어보니 "어? 그거 제꺼 아닌데요? 언니꺼 아니예요?" 하는거예요.
생각해보니 도둑 들은날 서랍속 내 워크맨은 없어지고 책상 위에 낯선 aiwa가 있었던거죠.
그래서 "내것도 아닌데 어쩌지?" 하니까 "그냥 언니 쓰세요. 언니꺼 훔쳐갔잖아요. 저는 제꺼 있어요."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그때부터 몇년간 도둑이 놓고간 aiwa를 사용하게 됐죠.
그리고 졸업하고 직장다니다가 그냥 제껄로 하나 사고 싶었는지 사진속 제품을 샀나봐요.
사실 언제 샀는지 기억도 안나요. 왜 샀는지도 기억이 안나는 물건입니다.
그런데 저기 카세트테잎 겉에 밀레니엄 컬렉션이라고 쓰여있는걸 보고 유추한거예요.
저 시대 때는 제가 한참 일에 쩔어 살던 때거든요.
또 하던 일도 밀레니엄에 완전 민감한 일이어서 완전 초긴장 상태였죠.
그런데 밀레니엄이 되도 아무일이 일어나지 않았죠. ㅋ
큰일이 나고 전산이 마비될것 같이 떠들어 대더니 정작 세기말이 되었을땐 세기말적인 사건은 없었네요.
별보고 다니던 직장 생활의 출퇴근을 함께했던 고마운 물건인데 이렇게 시대가 변해서 버리게되네요. (근데 왜 기억이 안나는지...서랍에서 꺼내보고 이게 뭐지? 하고 깜놀! 했는데 왠지 미안해지네요.)
요즘 학생들은 이게 뭔가 싶겠지만 그당시는 유학준비하고 이민준비하고 아니 어학 시험이라도 준비할라치면 필수품이었던 제품이었어요.
이름이 왜 찍찍이냐면요 ㅋ 어학공부를 하려면 구간 반복을 많이 하시잖아요. 필수과정이기도 하구요. 그때 테잎이 빨리감기하면서 내는 소리가 찍찍거려서 찍찍이예요.
근데 저는 이 제품을 애매한 시기에 구입을 했어요.
mp3가 막 유행이되던 시기였는데 그당시는 어학은 책에 테잎으로 제공되던 시기라서 어쩔 수없이 찍찍이를 샀는데요 진짜 얼마 안썼어요. 얼마지나지 않아 바로 어학용 책이 테잎대신 CD를 제공했고 저는 그 시디를 mp3 파일로 추출해서 mp3 플레이어에 넣었거든요. 그리고 mp3 플리에어가 기능이 좋아져서 찍찍이를 대신할 수 있게 됐고요.
제가 공부를 안한게 아닙니다. (진짜루요..)
그리고 일주일전에 버렸는데 mp3플레이어도 두 개나 버렸네요. 하나는 i-Audio에서 나온 제품이고 하나는 삼성 Yep이었는데 중간에 서태지 리미티드 버전으로 바뀌었죠.
그건 제가 그걸 산게 아니고 화면에 줄이 가서 as를 받으러 갔는데 기사분이 저에게 실수를 하셔서 죄송하다면서 뒷판을 서태지 사인이 있는 리미티드로 바꿔주셨다며 미안함과 특별히 챙겨줬다는걸 어필하셨는데 저는 그런거에 관심이 없어서 그냥 대답만하고 바로 커버를 씌워버렸죠. 커버씌우면 끝인데 말이죠. 말이 mp3 플레이어지 영화도 볼 수 있었던 가젯이었거든요. 한때는 진짜진짜 많이 사용했었는데 사람도, 기기도, 물건도, 옷도, 모든게 다 시절인연이네요. 영원한건 없고 정해진것도 없다는 생각이 다시금 드네요.
이것도 정말 잘 사용한 물건이었는데 요즘은 사용할이 없죠.
워낙에 핸드폰이 좋게 나와서요.
그 당시에는 이런 물건들을 필요하면 기능에 맞게 하나하나 다 구입해야했는데 요즘은 시대가 좋아져서 핸드폰 하나만 있으면 그당시의 제품들보다 다 월등히 좋은 성능으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죠.
그리고 그당시에는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던 때라 뭐든 다 신기하고 새로운 기능 하나 추가되면 정말 획기적인 기능이라며 광고하고 그래었는데 지금은 그런 기능들은 시시해졌죠.
그래도 저는 아날로그부터 디지털까지 모든 세대를 다 거친것 같아서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빠르게 변한것 같아도 요즘처럼 빠르지 않아서 신승훈씨의 노래 하나로 계절을 유추할 수 있잖아요. ㅎㅎㅎ 요즘은 너무 빨라서 예전이 그립기도 합니다.
노래나 영화, 드라마 모두 90년대가 한국의 문화 르네상스 시대였던것 같아요. 그때 좋은 노래, 좋은 영화, 좋은 드라마가 많았던것 같습니다. 소재도 너무 자극적이지 않았고요.
요즘도 재밌고 좋은 작품들이 많지만 이젠 되돌아갈 수 없기때문에 그시대의 작품들이 더 좋게 느껴지는거겠죠.
원래 글을 쓰려는 의도는 이게 아니었는데 또 다른길로 샜네요.
이번달은 윤달입니다. 5월 23일부터 6월 20일까지 윤4월이예요.
윤달에는 정리하고 보수하고 수정하기에 좋은 달입니다.
손없는 날 이사하시잖아요. 윤달에는 윤달 전체에 손이 없는 달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사, 묘이장, 결혼식, 수의도 짓고...기타등등 하시면 좋습니다.
병원가시는 것도 좋아요.
그런데 요즘은 윤달에는 결혼식은 하는게 아니라고 하는데 아마 윤달에 묘이장, 수의짓기 이런게 겹치면서 좋은 일은 하지 않는게 좋다는 인식으로 좀 변질되서 그런거 같아요.
그래서 제가 지난주부터 엄청 버리기 시작했어요. ㅎㅎㅎㅎ
안쓰는 물건은 오래 두는것보다 정리르 하시는게 운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어요.
윤달이 자주 오는것도 아이고 이사도 겹쳐서 기회인것 같아서 열심히 버리고 있어요.
그래서 요즘은 시절인연이라는 말이 생각나며, 덕분에 저는 요즘 추억돋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때 인연이 되어줘서 고맙고 덕분에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고맙다는 말은 해줬어요.
들을 수 있는 물건은 아니지만 오랜 세월 같이해서 저 물건들도 저의 마음을 느끼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