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2일 금요일


고놈의 집


집, 집, 집.....

요 몇 년간 집주제로 상담을 많이 한다.

왜 이리 전국민이 집에 열광하나 했는데 상담을 하면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심지어 노인분들까지 청약에 열정을 가지고 계셔서 신기했는데, 그분들은 그분들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바로 주택연금이었다. 새아파트로 주택연금을 가입해야 연금이 많이 나오니까 나이들어 수입은 없으니 집이라도 번듯한걸 가지고 있어야 노년을 지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신혼부부들은 특공에 당첨되야 분양가라는 메리트를 잡을 수 있었고 그 집을 바탕으로 재산을 축적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분양가가 제일 싸니까. 분양받는 순간부터 아무것도 안해도 집값은 꾸준히 올라주니 이보다 더 안전하고 확실한 투자는 없다.

이미 집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청약 당첨의 기회가 없다보니 새아파트에 갈 수 있는 방법은 재건축 물건을 잡는게 그나마 큰 돈 안들이고 이사할 기회를 잡는 거였고, 이 분들의 주변에는 청약 당첨된 분들이 없다며 대체 누가 당첨되는거냐며 유니콘 같은 존재인거냐며 궁금해했다.

이렇듯 모든 사람들이 집에 열심이었고 불패란 없을 것처럼 보이던 부동산 시장이 갑자기 얼어붙기 시작했다. 


주변에 그야말로 영끌한 지인이 있다.

무리하게 빚내서 집을 두채, 세채 샀던 사람이 갑자기 앓는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은행 이자가 너무 한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이자는 가파르게 올라서 맞벌이 중 한 명의 수입보다 더 많은 돈을 은행에 내야하는 처지가 됐다는 것이다. 

다른 분은 갑자기 부모님을 살뜰히 챙기기 시작했다.

너무 속이 빤히 보이지만 돈을 가지고 계신 부모님 입장에서는 오히려 반기시는 분위기였다.

역시 재산은 빨리 물려주는게 아니라며 말이다.


요즘도 부동산을 주제로 사람들이 상담하러 오신다.

여기서 흥미로운게 작년까지 집을 사려고 상담 받았던 분들과 요즘 집을 사려고 상담받으시는 분들의 주머니 사정이 좀 다르다는 것이다.

작년까지는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더라도 정말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사려는 분들이 상담하러 오셨다면 요즘은 주머니 사정이 비교적 넉넉한 분들이 집문제를 상담하러 온다는 것이다. 

상담에 임하는 자세부터 다르다. 

전자는 쫒기듯 패배한 자의 자세라 도대체 언제 나는 집을 살 수 있냐는 공격적인 자세였고 후자는 떨어지는 근황을 보며 언제가 좋을지 살펴볼껀데 언제가 좋아 보이냐는 여유가 있다.

같은 사람인데 올초까지만해도 전자의 입장이었는데 지금은 후자의 입장이 되었다.

오히려 이젠 작년에 집을 못사신 분들이 운 좋은 사람들이었다고 안도의 한숨을 쉰다. 

정말 인생은 새옹지마. 갑과 을이 바뀌었다. 

얼마 전까지는 집사기가 그렇게 어렵더니 지금은 집팔기가 어렵다.


청약에 계속 떨어지고 집값은 계속 오를때 인생 단하나의 목적이 내 집 마련으로 보이던 지인이 있다.

"작년에는 이거 안되면 어쩌죠? 꼭 집을 사고 싶어요." 했던 지인인데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다며 "새 아파트에 들어가려면 몇 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괜찮은 가격에 좋은 조건의 아파트가 많이 보여서 굳이 청약의 메리트를 못느끼겠어요." 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아무도 바닥을 모른다. 바닥에서 잡으려는 것은 욕심이니 적당한 시기에 구입하라고 말해주었다. 거래 후에는 가격 동향을 살피지 말고 무릎에서 샀다 하더라도 비싸게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어차피 투자나 투기용도 아니고 살 집이라면 또 무섭게 오르는 날이 올테니 말이다.

내려가면 올라가는 날이 있고 올라가면 내려가야 할 때가 있다.

항상 조급한 맘이 들때 멀리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한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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