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24일 수요일


과거, 현재, 미래


안녕하세요?
도토리철학관의 초록도토리입니다.
  
  제가 자주 가는 한의원이 있는데 알고보니 그 곳 원장님이 숨은 고수셨더라구요.
사실 오래 전부터 살짝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한의사분들 중에는 재야의 고수가 많다는 소문은 들어왔지만 이분이 그런 분들 중에 한 분이실거라고는 상상도 못해봤습니다.

눈치채게 된 일은 좀 오래전에 있었습니다. 저에게 운동을 권해주셨는데 좀 독특한 운동을 권해주시더라구요. 보통은 걷기, 헬쓰, 요가, 필라테스와 같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운동을 권하시는데 이 분은 이런 운동이 아닌 태극권을 해보라고 권해주셨어요. 태극권. ㅎㅎㅎ  
제 동공이 흔들리며 "태극권이요?? 그게 요즘에도 있는 거예요? 그런건 어디서 배우나요? 태권도장??"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웃긴 대답이었는데 정말 당황스러워서 딱 저렇게 대답했었어요.
  원장님은 진지하게 (이분은 늘 진지하십니다. 가끔 웃으실때 참 보기 좋은 아주아주 점잖은 선비 스타일이세요.) "아니요. 학원이나 시설같은 곳은 없고...혹시 차있으세요? 차 있으시면 새벽 5시에 Koooo 잔디밭에서 태극권 하는데 오세요." 라는 말을 하시더라구요. 차가 없어서 가질 못했습니다만 차가 있었으면 호기심에 나갔을거 같아요. ㅎㅎㅎ

  아뭏든 좀 신비로우신 분이신데 어제는 저를 진찰하시다가 이런저런 이야기로 넘어갔는데 이런 말씀을 해주시더라구요.

 "과거에 사는 사람은 후회만 있고, 미래에 사는 사람은 일어나지도 않을 일로 걱정만 하니 현재에 집중해서 지금에 충실해야 해요."  

저도 사람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라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해드렸어요.
과거는 이미 지나간 일이라 아무리 후회를 한다해도 되돌아갈 수도 없고 수정할수 없는 일이라 과거 속에 머무른다는 건 정말 부질없는 일이거든요. 또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일이라 두렵고 걱정을 하는데 이 일은 아직 오지도 않은 일일 뿐더러 예상하는 그일이 일어난다는 보장이 없어요. 아주 많은 변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반대로 미래를 상상하며 즐겁다해도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을뿐더러 상상하는 일이 일어나게 하려면 지금을 살고 있는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일이라 지금, 현재에 충실해야 하는것이죠. 다 부질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현재를 집중해서 바라보면 그동안 못봤던게 보인다며 그렇다고 안보이던 귀신이 보이는건 아니라고 하시길래 웃었습니다. 현재를 살면서 현재를 분석해서 객관화하며 살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러면 전에는 못봤던 것들이 보이는데 그냥 보이는게 아니고 선명하게 보인다면서 나뭇잎도 선명하게 보이고 심지어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이 매 순간 다르게 보이고 참 아름답게 보인다고 하셨습니다. 그동안 놓치고 못 봤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며 그 존재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라고요.
그래서 제가 "깨달음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하고 물으니 잠깐 멈칫하시더니 "네. 깨달음이죠. 뭐 거창한 깨달음은 아니지만요." 라고 하셨어요. 저에게 그런 대답이 나올 지 모르셨겠지요.

뭐...사실 깨달음이라는게 거창하게 무슨 도사처럼 바위에 앉아서 명상을 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탁! 하고 오는것 만이 아니잖아요. 소소하게 일상에서 뭔가를 깨달을 수도 있고 원장님처럼 저런 경지에 오른건 살면서 고민할 순간이나 걱정이 많았다는 것이 되죠. 원장님도 몸이 약해서 엄청 고생하신걸로 알고 있거든요.
원장님은 제 생각해서 하신 말씀이었는데 저는 이미 저걸 알고는 있지만 가끔씩 욱하고 올라올때가 많아서 ㅎㅎㅎ 나는 아직도 멀었구나를 늘 생각합니다.  아직 득도(?)하지는 못한거죠.이번에 이사하고서도 욱하는 바람에 또 깨달았구요. ㅋ 그래도 저걸 깨달은 뒤로는 인생에 쓸데없이 진지하고 심각한게 많이 없어졌습니다. 
심각해봤자 해결되는 일도 없고 내 생각에 따라서 세상에는 그렇게 심각한 일도 없더라구요.
이 또한 모두 내 욕심이고요. 저또한 이걸 깨닫고 원장님처럼 많이 건강해졌거든요.
 그래도 이번 이사처럼 일이 엄청 꼬여버릴 때는 스트레스 엄청 받아서 욱합니다. 이렇게 욱하는 때가 없어야 비로소 언제나 흔들림없는 평온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텐데 말이예요. 저는 아직도 멀었나 봅니다. 


그리고 제가 사주를 좀 공부했다고 하니(이날 커밍아웃했어요. ㅋ) 전생이나 과거를 알려고 할 필요도 없고 지금의 내모습이 전생이요 내 과거이고 미래의 모습도 궁금해 할 필요가 없다 지금의 내 모습이 미래예요. 사주, 점성술, 기문둔갑, XXX, XX, XXXXX 등등 많은걸 배웠지만 다 부질없는 것이예요. 현재에 충실하면 그 뿐이예요. 라는 말도 하셨어요. ㅋ 갑자기 고수 커밍아웃에 전생 이야기가 나와서 좀 당황했는데 저는 전생을 진지하게 궁금해 한 적은 없습니다. 이유는 전생이고 후생이 있다는걸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혹자는 없다고 하고 혹자는 있다고 하는 것이죠. 전생이 있어서 전생에 지은 죄가 있다면  지금을 열심히 묵묵히 주어진 일이나 현상에 최선을 다해 살면서 갚는 거고 이걸 업보라 하죠?  이렇게 현재에 충실하면 후생에 잘 살 수 있잖아요. 그래서 현재에 충실할 이유가 있는 것이고 전생이나 후생이 없다면 현재는 순간이라 지금이 지나면 다시 오질 않을 과거가 되니 열심히 사는거죠. 또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를 만들어 낸 것처럼 현재의 내가 미래를 만들테니 현재를 충실히 살아야 하고요. 이러나 저러나 현재에 집중해야하는건 매한가지라서 그냥 현존하는 현대에 충실하자가 되더라구요.  그래서 미래도 과거도 별로 궁금하지 않는데 갑자기 전생이야기가 나와서 좀 놀랐고 저와 생각이 같으신 분이라 느껴져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
欲知前生事(욕지전생사)   전생의 일을 알고자 한다면
今生受者是(금생수자시)   금생에 받는 것을 보면 알 수 있고
欲知來生事(욕지내생사)   다음 생의 일을 알고자 한다면
今生作者是(금생작자시)   이번 생에 한 일을 보면 알 수 있다.
                                                               -잡아함경

欲知未來(욕지미래)   미래를 알고 싶으면
先察已然(선찰이연)   먼저 과거를 살펴보아야 한다.
明鏡所以察形(명경소이찰형)   맑은 거울은 얼굴을 살펴볼 수 있게 하고,
往古所以知今(왕고소이지금)   과거의 일은 현재를 알 수 있게 한다.
                                                               -명심보감 중 명심편
----------------------------------------------------------------------------------

그리고 또한가지 안 사실은 몸이 많이 아프면 다 전생이니 운명이니 명리학같은걸 다 생각해본다는 것 입니다. 사실 저도 한때는 몸이 많이 안좋았는데 저는 그렇게 안 좋을때는 사주 한번 보러갈 생각도 안했습니다.  오히려 치료 과정 중에 어찌어찌 우연하게 보게 되었죠.
참 미련했던거 같아요. 제대로 보시는 분께 사주 한 번만 봤으면 이리 고생하지 않았을것 같긴 하거든요. 
그런데 다들 제가 몸이 아퍼서 사주를 배우게 된 걸로 생각해서 왜 다들 이리 생각하나 했는데  상담하면서 보니 몸이 아픈데 잘 낫지 않으면 이쪽으로 오시더라구요.
그래서 저를 그렇게 오해하셨던 분들을 이해하게 됐죠. 하지만 저같은 사람은 의사가 아니라서 실질적인 치료를 해드릴 수는 없어요. 아플때는 의사를 믿고 의사 말을 잘 따라주시는게 빨리 낫는 방법입니다. 물론 이상한 의사나 오진, 오처방의 문제도 있지만 일단은 의사를 믿어보세요. 저는 이런 시기라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을 해줄 수 있기 때문에 찾아오시는 분들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게 해줄 수는 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마음이 많이 편해질 수 있어요.
  
  또 힘들때 많이들 찾으시는데 법률적인 문제로 힘드시다면 법률 전문가를 찾아 상담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전문가는 괜히 있는게 아니예요. 어려운 법률 문제는 전문가에게 상담받는것이 좋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상처받고 방황하신다면 저같은 사람들을 찾아가시면 됩니다.

  한의원가서 침맞느라 배내놓고 원장님과 대화를 나눠서 좀 민망하긴 했지만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덕분에 원장님께 어떤 단백질을 먹어야하는지(원장님이 드시는거 ㅎㅎㅎ) 어떤 운동을 해야하는지(원장님이 하시는 운동ㅋㅋㅋ)등등 다 알 수 있었어요. 
허벅지 근육을 만들어야 심장이 안정된다시며 스쿼트, 프랭크는 기본으로 해야한다고 여러번 강조하셨어요. 약은 계속 달고 먹지 말라고 하시길래 "왜요? 원장님도 계속 달고 드시잖아요." 하니까 계속 "먹으면 질리잖아요." 하시는데 빵터졌습니다. ㅋㅋ
"뭐. 찬거 먹지 말아라 밀가루 먹지 말아라 하는데 이건 다 말그대로 교과서적인 거고요. 아시잖아요. 이게 얼마나 힘든지. 이건 말도 안되는 거고요. 그냥 먹고 움직여주면 되요." 하셔서 이분은 너무 인간적이라 좋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인간적인 분들이 참 좋고 요런 대화도 너무 좋습니다. 


댓글 없음

추천글

고놈의 집

인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