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철학관의 초록도토리입니다.
저는 얼마전에 이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사하는 순서가 바뀌는 바람에 아주 난리를 겪고 있습니다.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인데 사정이 있어서 이 순서가 바뀌게 됐거든요.
그래서 전쟁과 같은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이사 자체보다 좀 맘이 불편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사업체 직원(편의상 '이'라고 하겠습니다)과 저의 대화입니다.
이 : 아직 결혼 안했지?"
나 : "네."
이 : "응. 아까 마스크 벗었을때 보니까 어리도만. 이제 시집가겠네. 몇살이여?"
나 : "나이는 왜.......?"
뭐 이런 대화였는데 본인 조카도 서른 다섯에 갔는데 자식 낳고 잘 산다면서 서른 다섯에도 시집가서 아이도 낳고 잘 사는데 뭔걱정이냐고 합니다. 아이를 낳더라니까! 하시는데 순간 엄마랑 저랑 표정이 ㅎㅎㅎ
나: (표정관리하며) "35이면 결혼 적령기 아니예요?"
이 : "아니 진짜 몇 살인데?
왜 그렇게 제나이에 집착을 보이시는지 모르겠는데 저는 아무말 못하죠. ㅎㅎㅎ
그러다가.....
나 : "00살이요."
이 : "헐..?"
갑자기 조카인 OO은행 지점장 이야기가 나옵니다.
나이가 50인데 여태 시집 안간다고 하다가 이제와서 중매를 서달라고 한다면서 그렇게 가라고 가라고 할때는 안가다가 왜 이제와서 중신을 서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50이나 된 총각을 어디서 구하냐고 합니다.
나 : "꼭 총각일 필요는 없잖아요?"
이 : "갸가 연봉도 많이 받고 직장도 너무 좋고 재산도 많아서"
나 : "그런데요?"
이 : "갸는 진짜 아쉬울게 없어. 갸가 그래서 그래. 갸는 그런데 아가씨는 뭐해? 직업이 뭐야?"
진짜 한숨이 나옵니다.
그리고 생각해보세요. 한국에서 여자 나이 50에 그 좋다는 직장에서 살아 남을 수가 있었던건 결혼이 하지 않았기 때문일꺼예요. 일에 더 비중을 두고 계신 분이겠죠. 본인이 일에 투자를 하신 그 결과가 지금의 지점장이라는 타이틀이겠죠.
예전 한국 사회에서 여자는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으면 그만두어야하는 시대였어요. 가정과 직장을 비교적 다 유지할 수 있는 직장은 매우 드물었습니다. 딱 하나있었는데 그게 바로 선생님이죠.
그래서 부모님들이 딸 낳으면 선생님밖에 없다고 선생님되기를 바라셨던 거고요.
그리고 사람이 다 가질 수는 없습니다. 그 조카분이 결혼을 하지 않고 자식이 없으니 지금과 같은 삶을 살 수 있는 것이지 결혼을 했다면 그 당시의 시대에 맞추어 전업주부로 살고 있을 확률이 커요. 그렇다면 남편과 본인 가정과 자식이 있겠죠. 세상은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게 당연한것 같습니다. 나이도 드신 분들이 (도우미 아주머니들 64세, 55,세 셨습니다) 이런 인생 이치를 모른다는게 답답했습니다.
지금 말씀하시는 그 조카분이 결혼했으면 지금 그분들이 자랑삼아 (솔직히 조카 이야기가 왜 자랑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씀하시는 조카는 없었을껍니다.
그러다 마지막에 좀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결혼은 해도 후회하고 안해도 후회하는거면 하고 후회하라고 했다면서 맨날 지지고 볶고 싸워도 그게 정신 건강에 훨씬 좋다는겁니다. 이게 뭔 말인가 했습니다.
노후에 혼자사는 여성 노인분들이 오래산다던데?? 아니었나 봅니다.
[e런 세상] 남편·아들…남자는 여자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관련기사
또 그렇게 맨날 지지고 볶으며 싸워서 자식들에게 정서불안을 안겨주는 바람에 성인이 되서도 부모님때문에 힘들어요라며 저에게 상담하러 오는데 말이죠. ㅎㅎㅎ
그래서 결혼을 하고 부모가 되시는 분들은 준비가 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식이 있건 말건 신경 안쓰고 맨날 지지고 볶고 큰소리내며 싸우고 사시며 분풀이를 자식에게 하고 계시면 지금부터 그러지 않도록 노력해야해요.
결혼을 할 예비 부부들은 학교같은 곳에서 교육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구요.
처음은 누구나 서투르고 뭘 해야하는지 모르잖아요.
부모는 처음일테고 엄마아빠도 처음일테고 이 아이의 부모는 처음일테고요.
그래서 이런걸 좀 알려주는 곳이 있어서 이분들이 당황하지 않게만 해줘도 많은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가끔합니다.
상담하면서 생각을 하면 다 서투르고 처음이라 잘 몰라서 생기는 문제로 일어난 일들이 은근 있거든요.
어떤 집은 자식때문에 속썩는다고 하는데 어떤 집은 부모가 자식 가슴에 멍들게 합니다.
부모가 되서 자식에게 본을 보이지는 못할망정 자식 가슴에 멍들게 해서는 안되잖아요.
(그렇다고 자식이 속썩이는게 괜찮다는건 아닙니다. ㅎㅎㅎ 그래도 그런 성장과정이 필요하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어리잖아요. 그러면서 배우는거죠. 어른들보다는 여지가 있습니다.)
예비부부시거나 결혼하신 분들은 성숙한 어른인지 한번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나이만 많이 먹는다고 어른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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